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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생색내기 정책!
    치과 이야기 2014. 2. 20. 18:00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생색내기 정책!



    만 75세 이상 노인의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에도 치과의사들은 저게 될 리가 있냐, 말도 안 된다, 해서도 안 된다 등 말이 많았는데,

    역시나 시행 시기만 결정해놓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제대로 정해진 게 하나도 없나보군요-_-;

    출근하자마자 사람 열받게 만드는 기사가 있어 링크합니다.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방안 두고 복지부 고민 (링크)


    기사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노인들에게 어필할 공약이니만큼 어쨌든 2014년부터 시행은 해야겠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제대로 정해진 게 없고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말이 많은 상태라는 겁니다.



    주요 쟁점은 과연 몇 개까지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줄지, 어금니만 적용할지 앞니도 적용할지, 틀니와 중복 적용할지 말지...


    복지부는 건강보험 부담률을 50%로 하고, 적용대상을 2014년 75세 이상 노인에서 2015년 70세 이상 노인, 2016년 65세 이상 노인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가정 아래 1인당 평생 임플란트 보험급여 인정 개수를 1개로 하면 2017년까지 4년간 예산이 8천억~9천억원, 2개로 하면 1조6천억~1조7천억원, 3개로 하면 2조4천억~2조6천억원이 각각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강보험 부담률이 50%라는 말의 뜻은, 

    임플란트 하나의 치료비를 140만원으로 간주한다면 70만원은 국가가, 70만원은 환자 본인이 부담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 해서 딱히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치과의사로서 한마디 하자면...

     

    저 몇조원의 예산으로 차라리 큰 병에 걸려 치료비로 가세가 기울어가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치아 몇 개 빠진 자리에 임플란트 안 한다고 해서 숨 꼴딱 넘어가고 죽진 않잖아요;;

    브릿지나 틀니처럼 다른 치료법으로 대체할 수도 있구요.


    브릿지. 한두개 치아의 상실은 이 정도로도 충분히 기능회복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만 75세 이상 환자;;; 임플란트는 잇몸 속에 들어있는 잇몸뼈(치조골)에 인공 매식물을 심어넣는 수술입니다.

    뼈의 재생 속도, 상처의 치유 속도가 성패에 아주 중요하고 따라서 건강한 환자에게 수술해야 성공률이 높은데

    만 75세 이상 노인이면 넘어져서 뼈에 금이 간 수준의 부상으로도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골다공증, 고혈압, 당뇨 등 임플란트 수술을 어렵게 하는 전신질환이 있을 가능성도 있고요.

    건강하고 잇몸뼈 상태도 좋은 경우가 아니면 어떤 치과의사도 70대 후반 노인에게 임플란트를 선뜻 권하지 않습니다.

    차후 만 60세 이상 연령층까지 확대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글쎄,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 저 예산을 어떻게 감당할까요;;


    즉 저 정책은 노인층에게 생색만 낼 뿐 실질적으로는 이렇다 할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예요.


    또한 보험화가 된다면 비싸고 좋은 외산 픽스쳐를 쓰나 리베이트 팍팍 넣어준 값싼 국산 픽스쳐를 쓰나

    받는 치료비는 마찬가지이니 성공률은 뭐 환자 운에 맡기고 최대한 싼 재료를 쓰자!하는 기조가 생길 게 뻔하네요...





    노인 임플란트는 대안이 아니다


    게다가 1인당 1개 보장하니 2개 보장하니 왈가왈부 중인 것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고작 한두개의 임플란트가 필요한 상황, 즉 한두개의 치아만 빠진 상태라면 노인 환자에게는 브릿지가 더 낫습니다.

    멀쩡한 치아를 보철물 두께만큼 깎아내야 한다는 게 환자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치료 후 적응 기간이 임플란트보다 훨씬 짧고, 노인 환자의 경우 음식을 씹는 힘이 젊은이처럼 강하지 않으므로

    지대치 즉 보철물을 지지해주는 치아에 걸리는 하중도 상대적으로 적어 예후가 괜찮습니다.


    또한 다수의 임플란트가 필요한 상황 즉 빠진 치아가 여러개인 경우라면 틀니라는 대안이 있습니다.

    한두개도 아니고 여러개의 임플란트를 식립하는 것은 젊은 사람도 힘들어하는데

    70대 후반 노인에게 다수의 임플란트는 위험부담이 큽니다.


    치아가 하나도 없는 무치악 노인의 경우 2013년부터 전체틀니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개개인의 구강 환경에 따라 틀니가 잘 걸릴 수 없어 입만 벌려도 틀니 빠지게 생긴 분들도 있습니다.ㅠㅠ;

    그런 경우에는 임플란트를 2~4개 심어서 임플란트에 틀니가 걸리게 해주는 방식으로 보완하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보건복지부에서 고려 중인 방안에 임플란트와 틀니 모두 보장해줄 것인가? 말까? 이 부분이 관건이네요. 아마 안될거야


    임플란트 지지형 틀니. 건강보험 적용할거면 화끈하게 이 정도까진 해주던지...




    건강보험 예산=기회비용


    국민들이 납부하는 건강보험료 자체를 확 올리지 않는 한 돈 걱정 없이 병원에 가는 건 현재로썬 어려워 보입니다.

    건강보험 예산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해야 효율적일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조금씩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 할 것인가?

    큰 도움이 필요한 소수에게 집중되도록 할 것인가?


    저는 후자가 더 '사회보장보험'이라는 성격에 걸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감기 치료비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어 콧물나고 머리아픈 정도의 감기로는 돈 아까워 병원에 못 갈지언정,

    가족 중 한 명이 암에 걸려 그 치료비로 온 집안 재산을 쏟아붓고 빚으로 빚으로 치료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


    정부에서는 선거철을 노린 반짝 선심성 생색내기 정책으로 건강보험을 이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가 경영의 장기적 안목과 철학이 있는 정책 설계가 되어야 하는데... 아마 안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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