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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의 뜻잡지식 2014. 4. 8. 07:00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의 뜻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관용적으로 많이 쓰이는 문장입니다.
이 말은 16세기 영국의 재무관 그레셤이 한 말이어서 '그레샴의 법칙'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레샴은 엘리자베스 여왕 밑에서 재정 고문으로 지내면서 화폐를 다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 궁리 끝에 그는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재정 문제에 관해 묻는 편지를 올렸는데,
그 첫머리에 쓰인 문장이 바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였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드리자면...
액면가 백 원짜리 은화 동전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은이 조금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합시다.
같은 액면가 백 원짜 동전이라도 은이 좀더 많이 함유된 은화가 은이 적게 함유된 은화보다 가치가 더 높습니다.
여기서 양화는 은이 많이 함유된 은화, 악화는 은이 덜 함유된 은화를 말합니다.
어차피 100원짜리 물건을 살 거라면 은이 많이 든 양화는 내가 갖고 있고 은이 적게 든 악화로 지불하는 게 이익이지요.
따라서 화폐로 사용할 때에는 더 가치가 높은 양화는 사용하지 않고 가치가 낮은 악화만 지불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입니다. ['구축'은 '몰아내다'라는 뜻입니다.]
그레셤은 이런 폐단을 이야기하면서 양화는 저장되거나 해외로 유출되어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되므로,
금화나 은화를 화폐로 사용하는 것보다 일반 금속을 사용하는 것이 국가의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그레셤의 법칙은 오늘날처럼 신용 화폐가 중심을 이룬 시대에는 경제학적으로 큰 의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그레셤의 법칙은 금융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관용적으로 사용되지요.
오늘날에는 정보 부족이나 선택 오류 등으로 인해
동종의 정책이나 상품 중에서 더 나쁜 것(악화)이 더 좋은 것(양화)을 압도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됩니다.
예를 들자면,
과도한 마케팅으로 더 나쁜 상품이 어쩐지 좋은 것으로 둔갑되어 정말 좋은 상품보다 잘 팔리는 현상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을 선택하지 않는 현상
막장 드라마가 욕을 먹던말던 시청률이 높게 나오니 작품성 있는 드라마보다 막장 드라마가 더 많이 방송되는 현상(;;)
등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막장드라마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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