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 파수, 유도분만, 무통분만, 회음부 절개 후기워킹맘 육아 이야기 2017. 7. 4. 17:35
양수 파수, 유도분만, 무통분만, 회음부 절개 후기
예정일이 약 2주 남았던 어느날 밤, 그 날은 평소와 달리 어쩐지 컨디션이 좀 좋지 않았어요. 직장에서도 조금만 일하면 자꾸 숨이 차고 어지러웠는데 집에 와서 누워 있어도 영 상태가 이상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녁때 가던 운동도 취소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1시쯤, 마치 오줌 싼 것처럼-_-; 뜨뜻하고 축축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보니
헉!!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밑에서 줄줄 흐르고 있던 맑은 물;;;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일단 속옷을 갈아입고 대형 생리대를 착용하고 남편을 깨웠어요.
"자기야 나 병원에 가봐야 될 것 같아. 양수가 터졌어."
"뭐!? 뭐?! 뭐!?? 이거 꿈 아니제???!!"
허둥지둥 일어난 남편ㅋㅋㅋ과 함께 급히 출산짐을 싸고 병원으로 고고~~
임신 35주 이상일 때 진통 없이 조기에 양수가 터진 경우, 그 상태로 오래 있을수록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아집니다. 양수 속에 둥둥 떠있던 아기도 물이 점점 빠질수록 힘들어지니 얼른 병원에 가서 아기를 낳아야 해요. 24시간 이상 경과될 시 응급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저희는 대구 효성병원에서 다니고 있었어서 바로 직행했어요.
접수를 하고, 산모는 분만실로 일단 직행, 남편은 입원수속을 했습니다.
(저는 어쩐지 곧 아이를 낳을 것 같은 기분에 사진은 못 찍고 ㅎㅎ 남편이 찍은 몇 장으로 대신합니다;)
대구 효성병원 분만실 입구. 안에서 가운입고 소독하고 남편/친정엄마 입장 가능하답니다.
분만실 내 간호 스테이션에서 출산 직후 아기에 대한 몇가지 검사, 아기 탯줄은 누가 자를지(의사 or 아빠), 무통주사에 대한 의사를 묻습니다.
검사야 뭐... 애한테 하는 거니까 다 해주세요 하고 ㅎㅎ
무통주사는 정말 사전지식이 별로 없었는데 다른 산모들 80% 정도가 선택한다길래
그 그럼 저도 할게요 하고 체크해버린 나으 팔랑귀...ㅋㅋ
대구 효성병원 분만실 내부. 여러개의 가족분만실과 제왕절개 수술실이 있습니다.
일단 분만 준비실에 누워 태동 검사 하고 관장도 하고 회음부 절개를 위해 밑에 털을 일부 제모합니다. ㄷㄷ
요즘은 자연주의 출산이라고 해서 관장, 제모, 회음부 절개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지만,
저를 진료하는 의료진이 편하고 효과적으로 처치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어지간해서는 수용하는 편이라...
애 낳으며 힘주다가 똥 나오는 것보다는 미리 관장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ㅠㅠ;
그리고는 아래 그림처럼 옆으로 누워서 척추 근처에 바늘을 찌르는데;;
저는 원래 요추 주변에 디스크 직전 수준의 협착이 있어서 늘 허리가 아프다보니
바늘이 자꾸 뼈를 긁어서ㅠㅠ 넘나 아파ㅠㅠ 애 낳는 것 다음으로 아팠음ㅠㅠ
무통을 위한 고통인가 이게 뭐야 싶고 막 ㅋㅋㅋ
무통주사라고 완전히 고통없이 출산하게 해주는 건 아니구요^^; 애를 쑥 낳기 직전 아픈 건 똑같아요.
자궁문이 4cm 정도 열리면서 점차 진통이 강해지면 등허리에 찔러놓았던; 관을 통해 마취제를 주사하면서 자궁문이 더 많이 열릴 동안 더더더 심해지는 진통만 느끼지 못하도록 해줍니다. 자궁문이 거의 열려 힘을 줘야 할 때 무통주사로 하반신이 마취되어 있으면 힘이 잘 안 들어가거든요.
무통분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여기→ 무통 분만 : 네이버 건강백과
양수만 터졌지 아직 진통은 없는 상태라 유도분만 주사를 맞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 때가 새벽 2시반... 어차피 진통 오려면 몇시간 기다려야 하니 간호사쌤이 남편분은 집에서 자고 오랍니다ㅎㅎ
병원 근처가 어머님 댁이라 남편은 자고 오라고 쫓아 보내고, 빈 분만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오겠냐고ㅠㅠ
제가 접수할 때 같이 접수한 다른 산모는 둘째아이인지 그 사이에 아기를 낳고 나가는 걸 보았습니다 오오
체조 따라하며 남편이 자리 비운 게 조금 아쉬웠다능...ㅎㅎ
진통 올 때까지 걸어다니고 운동을 해야 빨리 진행된다는 간호사쌤 말씀에 수액 스탠드를 달달 끌고 다니며 남편과 함께 병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요. 드디어 8시쯤 생리통 같은 느낌의 진통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기 시작!
참고 끙끙 더 돌아다니다 보니 점차 진통이 강해져서 이제 심한 생리통 느낌으로 아파질 무렵...
내진으로 자궁문 30% 정도 열렸음을 확인하고 분만실로 옮겨져 드디어 무통주사 약제를 넣어주셨습니다~~
약이 들어올 때는 차가운 게 하반신으로 싸아-하고 퍼지는 느낌
그리고 점차 하체에 감각이 없어지고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
거짓말처럼 배를 죄어오던 진통이 없어지고 편안한 상태가 됐어요.
대구 효성병원 가족분만실
자궁문 더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쉬고 계시라고 하시길래, 가족분만실에서 신랑과 드디어 한잠 잤네요 ㅎㅎ
만약 무통주사 안 맞았다면 그 시간이 고통과 기다림의 시간이었겠죠;;
약의 지속효과가 1시간 정도니까 아파지면 간호사쌤을 부르라고 하시더라구요.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하고, 70% 이상 열렸으면 더이상 추가로 약을 넣으면 안 된대요.
안 아파서 좋긴 하지만 하반신에 감각이 없다 보니 아기를 밀어낼 때 힘을 제대로 못 줘서 그런답니다.
자궁문이 더 열릴 때까지 기다리며 분만실에서 배운대로 호흡법과 밀어내기 연습을 했어요.
12시쯤 되니 다시 진통이 점차 심해지고 드디어 자궁문이 거의 다 열렸다면서 본격 힘주기 시작!
아기 낳을 때 힘 주는 요령은...
잘 안 나오는 응가 밀어내기와 비슷....... 매우 비슷........ㅠㅠ
(아들아 미안;)
다만 배의 힘으로 밀어내야 하는 게 아기라는 거^ㅂ^ 너무나 크다는 거^ㅂ^
먼저 애 낳아본 친구 왈 "콧구멍으로 오렌지가 나오는 느낌이야" 라고 한 게 실감 난다는 거 ㅠㅠ
영화나 드라마 보면 으아아악 소리라도 지르죠
현실에서는 힘 준다고 으 소리만 내도 간호사쌤이 "산모님 입 꾹 닫고 소리내지 마세요 힘 빠져요!"
그래서 코로 끙끙대며 힘 줬더니 나중에 얼굴에 실핏줄이 다 터졌다는 건 안비밀...
실전에서는 남편 머리 잡아뜯을 정신이 없다는 게 팩트 ㅋㅋ
거의 애가 나오기 직전쯤 되자 드디어 산부인과 선생님 콜 ㄱㄱ
저는 쇄석위-일명 굴욕자세에 돌입 ㅠㅠ 이 자세가 나쁜게 진짜 ㅋㅋㅋ 힘주기 너무 불편해요 ㅋㅋㅋ 의사가 들여다보고 처치하기 편한 자세이지 힘주고 애 낳는 데에는 매우매우 불편한 자세인데 그렇다고 쪼그려 앉아 애 낳을 수도 없고 참ㅠㅠ
이 자세로 누워서 똥눈다고 생각해보면 진짜 ㅋㅋㅋ 최악 ㅋㅋㅋ 으악ㅋㅋㅋ
저는 정신없어서 못 봤는데 나중에 남편 왈, 분만실에 입장하는 산부인과 선생님 의복 상태가...
마치 수산시장 횟집 아저씨 같은 고무 앞치마 옷을 입고 오셨다고 ㅋㅋㅋ
분만할 때 피와 양수가 많이 튀니까 그런가봐요;
저희 엄마는 저 낳으실 때 회음부 절개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너무 아팠다고 하셨는데 그건 사람마다 다른가 봅니다.
저는 강한 진통에 맞춰 밀어내기 힘주는 와중에도 회음부에 국소마취 주사 놓는 느낌도 나고... 날붙이로 싹둑! 하는 느낌도 나고... 으으
그나마 가장 덜 무서운 그림으로; 저는 내외측 절개를 당했습니다 ㅎ...
아기가 나올 때 회음부가 충분히 늘어나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아기 머리가 나오면서 거기가 엉망으로 찢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상처의 단면이 깨끗하고 평평할수록 치유가 빠르기 때문에 찢어지지 말라고 미리 예리하게 절개해주는 것이 회음부 절개입니다. 자른 모양대로 맞춰서 도로 봉합하면 되니 찢어지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ㅠㅠ
계속 힘주다 보니 점점 지칠 무렵 갑자기!
쑴풍
뭔가 꽉 막힌 게 갑자기 뻥 뚫린 듯한 시원한 느낌이 들었어요!
"나왔어요?!"
"산모님! 아직 머리만 나왔어요!"
"아놔ㅠㅠ"
하며 마저 힘을 꽉 주니까 아기의 몸이 주르륵 밀려 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세ㅠㅠ
저는 아기 탯줄을 아빠가 자르게 해주세요 하고 미리 정해놨는데,
아기가 탯줄을 목에 세바퀴나 감고 있다며;;; 빨리 조치해야 한다 해서 선생님이 싹둑 하셨어요.
나중에 물어보니 남편이 실은 겁나서 탯줄 자르기 싫었다고 ㅋㅋㅋ
선생님이 하게 되서 속으로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네요 ㅋㅋ
기진맥진해서 늘어져있는 사이, 남은 태반 등등을 정리하고 아기를 닦이는 동안 방금 절개한 회음부를 꼬매는데... 마취가 깊게 안 되었는가 아파ㅠㅠ 바늘로 찌를 때마다 아야 아야 하는데 자비없이 마구 꼬매고 땡기는 선생님 밉다ㅠㅠ
병원 온 지 12시간만에 드디어! 우리 아들 봉산이가 태어났어요♥
응애~ 한두번 하고 그치는 우리 아기를 간호사쌤이 처음 품에 안겨주셨는데,
이 타이밍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엄마들이 많지만...
저는 둔한 엄마인지 하이고 못생겼다 하는 말이 제일 먼저 나왔음 ㅋㅋㅋ 미안해 아들아 ㅋㅋㅋㅋㅋㅋ
감동 4+힘듬 5+배고픔 1 정도의 순간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후 아기는 신생아실로, 저는 산모 입원실로 고고씽
전날 저녁식사 이후 출산한 날 오후까지 아무것도 못 먹은 상태이다 보니
간식시간에 나온 죽과 미역국 한대접을 깨끗이 비웠어요.
인생 역대급 미역국이었음 ㅋㅋㅋㅋㅋ
낳은지 두 시간 후. 좁은 산도를 빠져나오다 보니 머리통이 길어져 있지만, 얼굴의 붓기는 많이 빠져서 덜 못생겨졌습니다 ㅎㅎ
이 글을 당최 몇 분이나 읽으실지 모르겠지만, 미래의 제가 다시 읽을 것을 생각해서 열심히 써봅니다.
예정일 1주 전부터 출산휴가를 빼놨더니만 2주 전에 나오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애 낳기 전날까지 일했다는 무용담이 생겨버렸네요 ㅋㅋㅋ 복직해서 며칠 출근하면서 기억을 되살려 써봤는데 고작 석달 전 일인데도 까마득한 옛날 일 같아요.
겪어보고 느낀 거지만... 출산의 고통이 1이라면 임신하고 만삭때까지 일한 고통이 10~15쯤 되는 듯...ㅠㅠ
저보다 더 먼저 부모가 된 동생 왈, 육아의 고통은 100 정도 될 거라고...ㅎㅎ.......
'워킹맘 육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아들 첫 자전거! 스마트 트라이크 리클라이너 사용 후기! (0) 2017.08.06 대구 마리베 스튜디오에서 우리 아들 100일 촬영 후기 (0) 2017.08.03 인생 육아템-마레 베이비랩(슬링) 후기 신생아도 사용 가능한 아기띠! (0) 2017.07.29 산후조리원 장단점, 좋은 산후조리원 조건 (0) 2017.07.23 엄마표 셀프 백일상 후기, 구입처와 가격 정리! (2) 201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