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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판사판'은 무슨 뜻? 의미와 유래잡지식/좀 이상한 이야기 2014. 3. 17. 12:00
'이판사판'은 무슨 뜻? 의미와 유래
이판사판은 우리가 흔히 궁지에 몰려 자포자기하고 사생결단하겠다는 뜻으로 알고 있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이 만들어진걸까요? 알고 있는 한자를 생각해봐도 이런 조합으로 이런 뜻이?
좀 의아합니다.
이판사판은 불교에서 유래된 말
이판(理判)은 절에서 수도하는 스님, 사판(事判)은 절에서 살림을 맡아 하는 스님을 말합니다.
이 두 단어가 합쳐져서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유교를 건국 이념으로 내세운 조선은 숭유억불, 즉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제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 말 권문세족 뿐만 아니라 승려들의 타락과 탐욕으로 나라가 망가졌다는 데에서 온 반감이 컸는데,
조선 초의 이런 상황에서 승려들은 두 가지 방향에서 활로를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일부 승려들은 절을 살리기 위해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절을 지키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인 사판승(살림승)이 되었고,
또 어떤 승려들은 속세를 피해 은둔하면서 참선과 독경으로 불법을 이어온 이판승(공부승)이 되었습니다.
두 종류의 승려들 모두 장단점이 있었는데,
공부만 하던 이판승은 불교의 외형적 발전에 기여하지 못했고
살림만 하던 사판승은 공부를 못 했으니 교리에 어두웠습니다.
사실상 조선 5백년 동안 불교가 살아남은 것은 두 승려집단의 공이 컸지만
이들 두 집단은 장기간 반목을 계속해온지라 이들의 다툼이 쉽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판, 사판을 다 시도했지만 묘안이 없어 자포자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좀더 쉽게 이해되는, 이판사판에 얽힌 설과
조선시대에 대대로 벼슬을 한 어느 양반가의 두 아들들이 어느날 아버지를 찾아와 고하기를,
"아버님, 저희 둘은 모두 머리를 깎고 중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형님은 이판이 되고 저는 사판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조선시대에 스님은 매우 천한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뼈대있는 양반가의 두 아들이 모두 스님이 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즉, 아들이 이판이 되건 사판이 되건 집안의 대가 끊기고 위신이 꺾이는 것이 불보듯 뻔한, 막장의 상태였기 때문에
궁지에 몰려 어찌할 도리가 없어 자포자기하게 된다는 이판사판의 뜻이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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